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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상의 그릇 - '나는 어떤 그릇으로 남고 싶은가' [유용숙]

기사입력 2022.11.2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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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 기고가 유용숙]
 
세상에는 많고 많은 그릇이 존재한다.
크고 작은 것 깊고 넓은 것 좁고 오목한 것 넓고 얉은것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과 무늬를 보면서생각한다.
 
나는 어떤 그릇과 닮았는지 너무 비싸거나 화려하거나 고급스런 그릇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 취향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그런 그릇들은 부담스럽고 쓰기에도 조심스럽다. 나는 그저 보기만해도 편안하고 화려하지 않는것이 좋다.
 
 꽃무늬가 그려진건 음식을 담았을때 색이  죽는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않은 백자같은 그릇이면 좋다. 거기에 포인트로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잎하나 정도 애교로 있어도 좋다.
 
그릇을 보면 그 자체로 황홀해질때가 있다. 완전 작품같은 느낌이 드는 그릇 말이다. 내 마음을 끌리게 만드는 그릇은 은은한 색감이 번지는거다.

매끄러운 자기 말고 분청같은 막사발이 그나마 부담이 없다.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왠지 더 정감이 가는 것. 나도 분청같은 사람이고 싶다.  어떤 음식을 담아도 소박하고 순수한 멋, 뛰어나거나 유려한 곡선미는 없어도 좋다. 보면 볼수록 차분해지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그런 분청은 화장하지 않은 여인네의 얼굴같다.

맑고 단아한 얼굴 오월의 산뜻한 바람같은 분청은 지루하지 않다. 꾸민 것같지 않으면서도 내마음이 끌 리는 건 왜일까. 그 그릇위에 질박한 동치미나 나물같은 채소를 올려놓고 싶다.

그릇은 정말 많다. 한데, 손이 가는 그릇은 늘 가깝게 있고 그것만 찾게 된다. 어쩌다 한번 쓰게 되는 그릇은 자주 쓰는것은 아니지만 무슨날 때나 꺼내게 된다. 소중한 건 보이지도 않게 깊은곳에 넣어둔다.

자주 사용하는 그릇처럼 늘 곁에 두는 그런 그릇이고 싶다. 이것 저것 막 담길 수 있는 그런 친구같은그릇이면 좋겠다.

어느 누구라도 편히 대할 수 있는 그릇이라면 뭘 더 바랄까. 쓰다듬고 만져주고 가릴 거 없는 그런 막사발같은 같은 사람이고 싶다. 한껏 치장하거나 매끄러운 건 보기는 좋으나 금새 싫증나고 만다. 있는 듯 없는 듯 제 자리를 지키면서도 몫을 다하는 둥근 그릇이고 싶다.

지나치게 크지도 않고 아주 작지도 않은 그릇. 흔히 편협하고 속좁은 사람을 간장종지라고 말한다. 모두 쓰임새에 따라 다르지만 분별력을 가지고 보는 건 공평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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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그릇으로 남고 싶은지 생각해본다. 가장.쓰기 편한 플라스틱 그릇은 가볍지만 볼품없고 무거운 건 힘이드니 그저 평범한 것이면 좋겠다.

내가 가진 그릇은 이만한데 더 큰 그릇을 갖고자 한다면 그것 또한 욕심인 것을.

분수를 알고 행한다면 넘쳐서 곤란한 상황은 없을 것이고 욕망을 크게 가지는 건 좋으나 무모하지 않으면 자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왜 '욕심이 화를 불러온다'는 말도 있잖은가. 날마다 그릇에 담고 비우고 씻어내는 것이 반복되지만 소소한 일상일상에선 가장 필요한 도구다. 쓰다가 깨지거나 금이 가고 흠집이 생겨도 쉬이 버리지 못하고 화분대용으로 사용한다.

그릇으로서의 소임은 끝났지만 그 안에 화초가 담기면 얼마나 예쁘고 향기로운가.

살면서 마음 다치거나 상처날 때가 있다. 세상 작고 보잘 것 없는 그릇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 모두는 하나 하나가 더없이 소중하기에,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선물들이기에.

내가 나를 존중하고 아끼며 사랑하는 날들로 채워 나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두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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